한겨울 버려졌던 연남동 '이쁜이' 이야기

한겨울 버려졌던 연남동 '이쁜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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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이쁜이를 아시나요? 

할망작가 유기묘 발견부터 입양홍보까지의 기록

 

  할망작가는 취미로 사진을 찍었다. 어느 날 그의 렌즈에 들어온 건 길고양이였다. 인간의 땅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길고양이의 삶이 어느새 마음 한가운데 자리 잡았다. 이후 길고양이를 찍고, 그림을 그리고, 전시하며 길고양이 인식 전환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수익금은 길고양이와 유기묘를 위한 곳에 사용하고 기부한다.

전시기간 동안 방문객들을 직접 만나며 캠페인 스티커를 제작해서 나눠주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은 김하연 작가님의 강연을 듣는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할망 작가는 이번 티끌모아 광고에 엽서 거래처 이름으로도 함께 기부하며 '안아주세요' 캠페인의 시작을 열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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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끌모아광고 서울 홍대역 지하철광고판 앞 할망작가 

  

1. 이쁜이를 만나다

  지난 2, 한파가 지속하던 날 하얀 코트에 앞머리를 이쁘게 한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처음 만났는데도 경계심이 전혀 없었고, 야옹거리며 달려왔습니다. 머리를 쓰담 해주니 턱도 만져달라, 등도 만져달라며 온몸을 제 손에 비비기 시작했습니다.


  집고양이도 쉽게 내어주지 않는 핑크 젤리와 배도 만지게 허락해 주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안아봤는데 인형처럼 가만히 안겨있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어요. 이 아이는 유기된 거구나! 하고요. 그러면서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유기했을까!... 설마.. 설마..!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봄이 왔습니다. 이쁜이는 연남동 미로 골목에서 마스코트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햇볕을 이불 삼아 어디든 누우면 침대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소음을 자장가로 들으며 길가에 나와 잠을 잤습니다. 잠은 조용한 곳에서 숨어 잘만 한데도 겁 없이 해맑게 나와 잠을 잤습니다. 잠을 안 잘 때는 식빵 굽는 자세로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했고 누군가 부르면 바로 달려갔습니다. 비 오는 날에도 비를 맞으며 식빵을 굽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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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남동 마스코트가 된 이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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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날 할망작가와 이쁜이 


 

2. 4 13, 임신 사실을 알게 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골목에서 식빵을 굽고 있던 이쁜이를 만났습니다. 이쁜아~ 부르니 달려왔고, '밥은 먹었어?' 하며 배를 만졌는데 볼록했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간식을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 날이면 좋아하는 츄르라도 먹지 않는 아이였는데, 그날은 간식을 허겁지겁 먹고 계속 먹겠다고 달려드는 걸 보면서 임신이라고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쁜이는 배변을 공사장 안쪽에서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아이를 출산할 때 공사장 안쪽 어딘가에 하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이쁜이를 안고 길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한참을 토닥여줬습니다. 그사이, 제 품 안에서 조는 아이를 보며 결심했습니다. 길고 긴 여정이 되겠지만, 구조, 임시보호, 입양을 추진하기로요. 집에서 살았던 아이, 추운 날 가족이라고 믿었던 사람에게 거리로 내쫓겼지만 다시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 임신까지 한 아이를 더 이상 길에 둘 수는 없었습니다.

 


3. 4 23, 이쁜이 구조 후 임시보호처로 이동하다

  이쁜이 구조일은 4 25일로 계획했는데, 23일 오전 내내 보이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침에 만난 동네 주민이 찍어준 영상을 보내줬는데, 이쁜이가 고통스러워하며 울고 있었고 츄르도 먹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출산이 임박한 건가 싶어서, 급히 휴가를 내서 달려갔습니다.


  인근 상점 분들과 이쁜이 은신처를 돌아다니며 찾아다녔지만 어디에도 이쁜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오후 2시경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동네를 발칵 뒤집어 놓고는 배고프다고 야옹거리는 아이를 보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어디에 있던 거냐고 혼냈습니다.

   

  구조를 해서 동물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아이 셋이 보였고, 뱃속에 그 이상 아이가 있을 거라고 들었습니다. 정확하게는 엑스레이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주수가 많이 지나지 않아서 후에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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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쁜이를 예뻐해주던 연남동 상점분과 작별 인사하는 이쁜이

 


4. 이쁜이 임보 시작

  첫 임시보호처에서 5일을 지냈습니다. 이쁜이는 첫날 탐색을 마치고 바로 화장실을 이용할 만큼 집이 익숙해 보였습니다. 두 달 전까지 집에서 살던 고양이니 당연한 상황이었습니다. 첫날부터 임시 보호 하는 언니와 공놀이도 하고 잠잘 때는 꼭 붙어 자고, 꾹꾹이를 할 정도로 편안해했습니다. 그런데 임시보호처에 사는 고양이 양평이가 낯선 고양이가 오니 스트레스가 심했나 봅니다. 거의 먹지를 못해서 결국 4 27, 두 번째 임시보호처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성격 좋은 이쁜이는 오자마자 여기저기 탐색하고, 밥도 잘 먹고, 화장실도 잘 가고, 새로 만난 임시 보호 언니에게도 꾹꾹이로 애정 표현을 했습니다.

 

  구조자가 임시 보호를 맡겼다고 해서 모든 걸 다 맡기는 것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임신한 아이라서 신경 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임시보호자와 충분히 소통하며 공동으로 아이를 돌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고 병원 진료 및 아이와 관련한 책임과 비용은 가능한 구조자인 제가 부담을 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 임시보호자는 2개월 아가 고양이들을 구조하여 돌보다가 입양을 보내고 그중 한 아이와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잠시 부모님 댁에 맡겨두고 있어서 이쁜이와 태어날 아가를 임시 보호 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인스타를 통해서 저를 오래전부터 팔로우하셨고, 제 전시장에도 다녀가셨는데 뵙는 것은 이번 이쁜이를 통해서였습니다. 저와 이쁜이와 소중한 인연이 되신 분은 김진주 님입니다. 감사한 마음에 이름은 꼭 남기고 싶습니다. 

  

  임박했다고 생각했는데 소식이 없어서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촬영을 했습니다.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들었습니다. 뱃속에 새끼가 8마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쁜이한테 축하한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언니들 눈에 동공지진이 왔습니다. 우선은 건강하게 아이 여덟을 잘 낳을 수 있을지와 미안한 걱정이긴 하지만 이쁜이까지 아홉 아이 입양을 잘 보낼 수 있을지 생각이 앞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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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8, 출산 일주일 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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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 1일 전 모습 

 

5. 5 15, 8냥이를 출산하다

  출 4일 전부터 변이 묽기 시작했고, 2일 전부터 먹는 양이 아주 조금 줄었습니다. 이쁜이가 평소 잘 울지 않는데 울음 소리도 조금 거칠게 내서 오늘, 내일인가 보다 하며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밤에 출산한다고 했지만, 걱정되는 언니들은 직장에서도 안절부절하며 집에 설치한 3대의 홈캠을 통해 지켜봤습니다.


  5 15일 오전까지 잘 먹었고 낮잠도 푹 잠든 것을 확인했습니다. 집에 사각지대가 있긴 하지만 오전까지 아무렇지 않은 아이가 출산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오후 2시경부터 카메라에 안 잡혀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 3 30분에 볼륨을 키워보니, 새끼 울음소리가 났습니다. 너무 놀라서 진주씨에게 전화를 했고, 우리 둘은 휴가를 내고 이쁜이에게 달려갔습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네 아이를 낳았고, 이후에 언니들의 쓰담듬을 받으며 네 아이도 건강하게 낳았습니다. 출산 중인 고양이는 아주 예민하다고 들었는데, 언니들과 교감이 잘 되었던 이쁜이는 오히려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고 언니들의 따뜻한 응원 받으며 편안하게 여덟 아이를 무사히 순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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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 당일 8냥이 첫 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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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 4일 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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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밥파
쌀밥에 김 얹은 아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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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장파, 코에 짜장 묻히고 나온 아가들 


6. 이쁜이와 아깽이들 가족을 찾습니다 

  이쁜이는 길에서도 똑똑이로 소문난 아이였는데, 여덟 아이 돌보는 것도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배운 것도 아닌데 본능으로 젖 물리고 트림시키고 배변 처리부터 위생관리까지 알아서 척척 잘 해주고 있습니다. 언니들이 만들어준 보양식(황태 미역 육수를 넣은 닭고기 퓨레)과 영양제, 고영양 캔으로 영양 섭취하며 8냥이를 키워내고 있습니다. 엄마가 잘 먹은 덕분에 아가들은 평균 체중을 상위하며 건강하게 잘 크고 있습니다.


  이쁜이는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고양이 1% 안에 든다고 자부하는 사랑스러운 고양이입니다. 많은 분이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사람과 교감하는 걸 좋아하고, 발톱 자를 때, 씻겨 줄 때 발톱 하나 세우지 않을 만큼 순둥이 입니다. 수유하다가도 언니들 들어오는 문소리에 달려 나올 만큼 사람을 좋아하고 의리를 아는 고양이입니다.


사람에게 버림받았는데도 어떻게 이렇게나 사람을 잘 따르고 좋아할 수 있을까요?


  이런 고양이, 어디서도 만나실 수 없을 거예요. 사랑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우리 이쁜이에게 더 많은 사랑과 마음을 가득 주실 가족을 꼭 찾아주고 싶습니다.

수의사분이 말씀하셨습니다. 고양이 성격은 타고나는 거라고요. 이쁜이를 닮아서 태어난 아가들도 엄마 성격을 타고 났을 거예요. 엄마를 보고 배우며 똑똑하고 사랑이 많은 아이로 자랄 겁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이쁜이와 아가들은 이쁜이의 산후 조리와 아가들 8주 수유가 끝나는 7월 둘째주부터 입양 보낼 예정입니다.

  

* 안타까운 소식을 전합니다. 5 29일 현재 8냥이 중 5냥이가 고양이별로 떠났습니다. 아기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쁜이와 3냥이의 입양은 진행합니다.

 

이쁜이와 아가 3냥이 입양문의 - 인스타그램 DM :  halmang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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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8 여울맘 06.04 13:11  
이쁜이는 그야말로 이쁘니가되었네요~
좋은분들의 손길로 무사히 출산을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히고  이 얼마나 기쁜 소식인가요~
많은 아기들을 품에 안고 젖을 먹이는 이쁘니의 모습이 너무나 편안해 보여요~
따뜻한 사연으로 제 마음도 따뜻해져 감동의 눈시울이 적셔 옵니다.
이쁘니를 안아주셔서 사랑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이쁘니와 꼬물이들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낼수 있기를 또 좋은 인연으로 꼬물이들도 행복한 꽃길을 걸을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