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고양이로 깨달은 이익 - 고양이 인문학 : 묘묘한 이야기

5 냥생 2 2954 3

고양이 인문학​​​​​​​​​​​​

한 이야기

글 | 황의웅 (크리에이터, www.miyaclub.com)



 

도둑고양이로 깨달은 이익


조선의 학자 이익(李瀷, 1681-1763)은 저서인 <성호사설>에 숙종 임금이 사랑한 고양이 금손의 이야기를 남겨 오늘날까지 많은 애묘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런데 <성호사설>에는 고양이와 관련해 다른 이야기도 있다.  


이 책에서 이익은 명나라 이시진의 <본초강목>의 글을 인용해, 집고양이를 가리(家狸)라 부른다고 알려준다. 또한 훔칠 투 자를 쓴 투묘(偸猫), 즉 도둑고양이에 관한 자신의 경험담 하나도 들려준다.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밖에서 떠돌아다니던 고양이 한 마리가 집에 들어와 있게 되었다. 집안에 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 놈은 쥐를 많이 잡아먹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잠시 한눈을 팔고 있으면 상에 올려놓은 음식을 날름 훔쳐 먹었다. 모두 얄미워서 붙잡으려고 하면 잘도 도망을 쳤다.     


그러다 얼마 후 이익의 집을 나가 다른 집으로 들어갔단다. 그런데 그 집 사람들은 원래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 놈에게 먹이를 잘 먹이며 배고프지 않게 했다. 쥐도 많아서 자주 사냥해 배불리 먹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그 놈은 더 이상 도둑질을 하지 않았고, 이윽고 좋은 짐승이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06d486249c67d5f0b3204753db3e6d26_1512991540_3882.jpg
 

그 얘기를 들은 이익은 이렇게 탄식했다.


“그 고양이는 분명 가난한 집에서 길렀을 것이다. 먹을 게 없어 어쩔 수 없이 도둑질을 했고, 그랬기에 내쫓겼을 것이다. 우리 집에 왔을 때도 본성이 좋은 줄은 모르고 그냥 도둑고양이로 대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당시 상황에선 도둑질을 하지 않으면 굶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사냥에 재주가 뛰어났어도 누가 그런 처지를 알았을까?

근데 마음이 바른 주인을 만나자 어진 본성이 드러나면서 그 재주도 제대로 쓰이게 되었다. 만약 우리 집에 있을 때 도둑질한다고 잡아 죽였더라면 어찌 슬퍼하지 않았을까? 맞다! 사람도 세상을 잘 만나기도 하고 못 만나기도 하는데, 짐승들도 같은 이치구나.”


실학의 토대를 마련한 걸출한 학자는 이렇듯 자기 집에 불쑥 들어온 작은 떠돌이 고양이 한 마리를 통해 환경과 교육의 중요성을 세삼 깨달았다. 


조선왕조 500년, 끝없는 정쟁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인재들이 그 재능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사라졌는가! 아마 이익은 이 생각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물론 이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묵직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지난 연재 보기 ▶ 왜란 후 신이 된 사무라이 고양이 

2 Comments
M 나루코 2017.12.12 07:41  
정말 환경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82 강하루맘 2017.12.12 12:02  
크흡...이익 슨상님의 탄식이...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냥.....길냥이들  몰아 내겠다고 몰상식한  방법으로  죽이고 가두고  굶기고 해치는 마음이  바르지 못한 인간들을 만나  세상 한없이 착하고  순진한 길위에 생명들이  사라져 가고 있는 지금 이 현실......미안 하다  아가들아..ㅠㅡ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