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양이만 수도원에 들어갔을까? - 고양이 인문학 : 묘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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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인문학​​​​​​​​​​​​

한 이야기

글 | 황의웅 (크리에이터, www.miyaclub.com)



왜 고양이만 수도원에 들어갔을까?


유럽에 ‘스톤캣’이란 우화가 있다. 중세의 한 수도원에서 생긴 수도사와 고양이의 이야기로, 기도 시간 때 고양이를 묶어 놓는 습관이 점점 발전해 나중엔 돌로 고양이상을 만들어 그것에 대고 기도를 올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접하고 중세 기독교는 고양이를 핍박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수도원에서 고양이를 키웠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도원에서는 고양이를 길렀다. 또 그렇게 고양이를 괴롭힌 자들은 정치 논리에 따라 움직인 일부였다.


수도원에서 고양이를 기른 사실은 앞의 우화 외에 여러 옛 문헌과 그림을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몇 가지 소개를 하면 이렇다.


9세기 무렵, 아일랜드의 한 수도사가 라이헤아루 수도원의 화이트 판거란 고양이에게 ‘판거 밴(Pangur Bán)’이란 시를 바쳤다. ‘판거, 하얀 판거,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지……’로 시작하는 이 시에는 그 고양이가 주인과 함께 수련을 하는 영혼의 파트너처럼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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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에 출간된 <수녀를 위한 안내서(Ancrene Wisse)>란 책에는 ‘꼭 필요하거나 감독자가 권하지 않으면 고양이 한 마리만 예외로 하고 모든 동물은 키워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수도원에 동물 반입을 엄하게 금지했지만 고양이만은 예외로 했다는 말이다. 


15세기 초, 네덜란드 데번터 수도원의 어느 필경사가 어느 날 정성스레 필사한 책을 펼쳐놓고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그런데 고양이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 위에 오줌을 싸고 달아났다. 이튿날 아침, 필경사는 소중한 필사본이 오줌에 얼룩져 엉망이 된 모습을 보고 고양이에게 악담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고양이는 수도사나 수녀들과 함께 수도원에서 함께 생활한 것이 확실하다.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왜 수도원에서 고양이를 키웠는지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쥐 때문이다. 즉 고서와 필사본 등을 갉아먹는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가 꼭 필요했다. 또 다른 하나는 외로운 수도 생활에서 적적한 마음을 달래주는 좋은 친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고양이는 중세 수도 생활의 귀한 동반자였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일반인의 생활에서 이 중 첫 번째 이유는 거의 소멸되었다. 쥐약과 쥐덫이 만들어진 탓이다. 하지만 두 번째 이유는 훨씬 더 커진 듯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면서도 각자의 외로움은 반대로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요즘 고양이가 인기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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