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해진 고양이 벼슬아치, 궁에서 내쫓기다 - 고양이 인문학 : 묘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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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인문학​​​​​​​​​​​​

한 이야기

글 | 황의웅 (크리에이터, www.miyaclub.com)



교만해진 고양이 벼슬아치, 궁에서 내쫓기다



17․18세기는 조선에 외국 문물이 청나라를 거쳐 쏟아져 들어왔다. 글 좀 아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만의 책을 지어 세상에 내놓았다. 특히 소설 분야는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이전과 수준을 달리할 만큼 다채로웠다.


그 중에 애묘가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소설도 있었다. 바로 <오원전(烏圓傳)>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주인공으로 나오는 고양이가 사람으로 묘사되어 말도 하고 벼슬도 얻는다. 이른바 가전체 문학으로, 유본학(柳本學)이란 문인이 지었다. 그는 <발해고>의 저자로 유명한 유득공의 장남이다.


제목의 ‘오원’은 검고 둥근 것을 뜻하는데, 검은 털 고양이가 둥글게 몸을 말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그럴 듯하게 부르는 말이다. 한 쪽이 채 안 되는 이 짧은 소설의 내용은 대강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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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라 출신인 오원은 위나라 출신 서려의 집에 드나들며 가록(쥐)을 잘 잡았다. 그런 모습에 어느 사람이 오원이 도둑을 잘 살핀다고 해서 그를 왕에게 추천했다. 이후 궁에 몰래 들어온 도둑을 용감히 붙잡으면서부터 왕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높은 벼슬에도 오르고 땅도 선물 받는다. 


그런데 오원은 점점 왕의 사랑만 믿고 거만해지더니 동료들을 질투하고 해치기까지 했다. 게다가 사냥꾼과는 사이가 나빠져 싸우기도 했다. 어느 날 사냥꾼이 뺨을 때리자, 오원은 그 길로 왕을 찾아가 하소연을 했다. 하지만 왕은 사냥꾼 따위에 얻어맞아 어디에 쓰겠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


왕의 사랑이 점점 식어가고 나이도 들어가자 오원은 마음마저 옹졸해져, 어느 날 왕이 잠시 뒷간에 간 틈에 수라상의 고기를 물고 숨어버렸다. 이를 본 왕은 하찮은 쥐를 흉내 낸다며 그를 당장 궁에서 쫓아냈다. 길에 버려진 오원은 구걸과 도둑질로 연명하다 결국 병에 걸려 죽었다는 이야기다.


저자 유본학은 사람의 마음과 태도가 변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 오원의 이야기 속에서 알려주고 있다. 모든 일에 지나치지 말며 나이가 들어도 지킬 도리를 잊지 말라는 교훈을 던진다.


무엇보다 <오원전>이란 소설을 통해 300년 전 조선 사람들에게 고양이란 그냥 말 못하는 짐승이 아니라 교훈을 전달하는 훌륭한 매개체였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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