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 - 고양이 인문학 : 묘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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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인문학​​​​​​​​​​​​

한 이야기

글 | 황의웅 (크리에이터, www.miyaclub.com)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


20세기를 대표하는 대중문화 중에 고양이 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뮤지컬 <캣츠>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30여 개국 300여 도시에서 공연해 8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 기록의 수치만 봐도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 줄 알 수 있다.


<캣츠>는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만들었다. 그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를 무대로 개성 넘치는 고양이 30여 마리의 화려한 볼거리를 이 뮤지컬을 통해 선보였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캣츠>에는 어린이 우화 시집 하나가 그 창작의 원천이 되었다. 바로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국내 제목: 노련한 고양이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다. 이는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을 선도했던 194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T.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1888-1965)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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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은 자신이 근무하던 출판사 직원들의 어린 자녀들을 위해 1939년에 15편의 시로 구성된 이 시집을 냈다. 그래서였는지 출간 당시엔 세상의 이목을 전혀 끌지 못했다. 사람들은 어쩌면 위대한 문학가의 이탈적 졸작이라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시집을 자세히 보면, 시들이 무척 디테일하고 곳곳에 재치가 넘친다. 무엇보다 고양이 종류 별로 각각 특성을 부여하고 왜 등장하는지를 확실하게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엘리엇은 영국의 사회를 풍자했다. 또 고양이도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지려 했다. 무엇보다 이런 독창적인 시집을 짓는 데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예리한 관찰력이 큰 역할을 했다.


웨버가 <캣츠>의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77년. 어릴 적 좋아했던 시집이고 시 자체에 리듬감이 있었기에 작곡하는 데는 걸림돌이 크지 않았다. 그렇게 3년에 걸쳐 만든 곡들을 어느 페스티벌에서 연주했다. 그런데 당시 관객석에는 엘리엇의 부인 발레리가 앉아 있었고 이후 그녀는 ‘창부 고양이 그리자벨라’ 등 남편의 미완성 시들을 그에게 전해준다.


이를 계기로 웨버는 각각 독립된 곡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는 작업을 시작한다. 또 엘리엇의 개와 고양이 이야기를 다룬 장편 시 등을 접하고 영감을 얻으면서 뮤지컬 <캣츠>의 모습은 점점 완성되어 갔다.


이후 연출과 안무가 입혀진 <캣츠>는 1981년 5월 11일 뉴런던 극장에서 첫 무대에 오른다. 어린이 시집을 원작으로 성인 뮤지컬을 발표하는 것은 위험한 모험이었다. 하지만 <캣츠>는 이를 잘 극복하고 오늘날 세계적인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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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51 꽁지마요제리… 06.25 05:02  
고양이도인간과크게다르지않다....
시를좋아하진않지만...한번찾아서읽어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