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만드는 고양이의 가혹한 운명 - 고양이 인문학 : 묘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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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인문학​​​​​​​​​​​​

한 이야기

글 | 황의웅 (크리에이터, www.miyaclub.com)



커피 만드는 고양이의 가혹한 운명


최근 국내 언론에서 불현 듯 코끼리 똥 커피가 주목을 받았다. 국내 커피 인구가 두터워진 배경 속에서 코끼리 배설물에서 나온 커피 원료로 만든 ‘블랙 아이보리’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라는 점이 관심을 확 끌어당겼다.


그러나 이 코끼리 똥 커피가 대중에 알려지기 전까지 가장 비싼 똥 커피는 ‘코피 루왁(Kopi Luwak)’이었다. 이는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커피 원료를 추출해 만든 커피다.


사향고양이는 야생동물이지만 진화의 계통으로 보면 일반적인 고양이와 연결성이 깊다. 요즘은 국내에서 이 사향고양이를 고양이 삼아 기르는 애완 덕후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사향고양이 똥에서 커피 원료를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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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필리핀, 동티모르 등에 서식하는 사향고양이는 커피콩 열매를 즐겨 먹는다. 하지만 소화를 전부 시키지 못하고 배설한다.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겉껍질과 과육은 없어지고 안껍질에 싸인 커피 원두만 남겨지는데, 위의 효소가 단백질을 분해해 커피의 맛과 향을 더해준단다. 


사람들이 이 배설물을 주워 여러 번 깨끗이 씻고 말린 뒤 가볍게 볶아낸 것이 루왁 카피다. 그 커피는 캐러멜과 초콜릿, 풀냄새 등에 쓴맛보다 신맛이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다. 


이렇듯 원료 완성까지 생산 과정이 까다롭고 복잡한 만큼 그 가격도 일반 커피보다 많게는 10배까지 비싸게 팔린다. 생산은 적게 되는데 원하는 소비자는 많으니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생산 과정을 두고 동물 학대라며 루왁 커피 생산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즉 이전엔 사향고양이가 영역 표시를 하는 장소에 가서 배설물을 수집했지만, 지금은 밀려드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사향고양이를 생포해 가두고 온종일 커피 열매를 먹여 계속 배설물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 원료를 만드는 머신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커피열매를 먹고 원치도 않게 배설해야 하는 사향고양이의 운명은 너무 가혹하다. 그 과정에서 사향고양이들이 병에 걸리거나 죽는 일은 허다하다. 사람들은 그런 커피를 꼭 마셔야 속이 후련할까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측면에서 코끼리 똥 커피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코끼리는 억지로 먹일 필요 없이 하루에 많은 양을 먹기에 그만큼 배설물에서 나오는 커피 원료의 양도 많기 때문이다. 부디 커피 때문에 발생한 사향고양이의 흑역사가 빨리 사라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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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63 붕장군 09.10 12:19  
아우.. 맞아요.. 저도 사향고양이의 커피를 마시다 라는 책을 본 뒤로 동물학대에 대해 새로 눈이 뜨이더라고요. ㅠ0ㅠ..
뜬장에 가둬져서 원치않는 걸 먹이고 억지로 배설하게 만들어진 커피를 비싼 값에 사먹다니..
잔인한 루왁커피는 사라져야 합니다. ㅠㅠㅠㅠ
5 냥생 09.10 1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