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보고 까무러친 궁궐 사람들의 속사정 - 고양이 인문학 : 묘묘한 이야기

고양이를 보고 까무러친 궁궐 사람들의 속사정 - 고양이 인문학 : 묘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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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인문학​​​​​​​​​​​​ 

한 이야기

글 | 황의웅 (크리에이터, www.miyaclub.com)



고양이를 보고 까무러친 궁궐 사람들의 속사정


구한말 서양인들이 들어오면서 같이 데리고 온 해외의 고양이들도 한반도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 개체수가 늘면서 이런저런 부작용이 생겨났다. 고양이가 옮기는 광견병도 그 중 하나였다.


1922<동아일보> 1216일 자엔 미친 고양이에게 물려 치료하다 사망이란 기사가 있다. 호남선 두계역장이던 일본인 야마자키 소아란 사람이 한 달 전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에게 물려서 대전의 화지 병원에서 치료를 하고 있다가 20여일이 지나 그만 죽고 말았다는 내용이다.


나중에 어떻게 된 사연인지 캐보니, 그 고양이가 이웃집 미친 개에게 물려 광견병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에게 광견병 바이러스가 전염된 상태였는데, 주인이 이를 모르고 아무 경계심 없이 애묘를 대한 듯했다.


사실 고양이의 광견병에 대해선 그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19011222일에 일어난 사건이 잘 말해준다.

 

당시 영국공사관의 경비를 맡고 있던 존 뉴웰이란 사람이 길고양이에게 물린 뒤 광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는 젊은 부인과 두 딸을 남기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쓸쓸히 땅에 묻혔다.

 

이런 일들을 보고 들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보면 피해 다니기 일쑤였다. 반면에 집고양이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던 탓인지 애묘에 물려 죽는 그런 뜻밖의 사고도 생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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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궁내부의 마지막 미국인 고문관이기도 했던 윌리엄 샌즈의 <조선비망록(Undiplomatic Memories)>에는 관련 일화가 나온다. 


황제의 삼촌 뚱보 왕자가 숨을 헐떡이고 땀을 흘리면서, 저 아이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말하며 방안으로 부리나케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를 당황해하는 내시들과 고양이를 손에 안은 아기(훗날의 영친왕)가 따라 뛰어 들어왔다.

이 일로 고양이가 자신에게 재앙을 내린다며 고양이를 엄청 꺼려하는 뚱보 왕자의 약점을 알아챘다. 공사관에서 열린 만찬 때도 비록 눈에 띄진 않았지만 커튼 뒤에 숨어있는 고양이 때문에 그가 벌벌 떠는 모습을 보았다.’


이 일화를 통해 당시 궁궐 사람들이 고양이의 광견병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 이외에 만찬 자리에 새끼고양이가 들어오자 고위 관리들이 두 번이나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단다.


이렇듯 고양이와 광견병은 좀체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구한말 조선에선 그렇게 하나로 묶여 통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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