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할머니(2)

치킨집 할머니(2)

11 선이콩콩 11 1443 3 0

치킨집 할머니(2)

“안녕하세요, 이거 받으세요!”
“응? 이게 뭔가? 누고?”
고양이 캔이 든 봉지 받아드신 할머니가 당황하신다.

“예전에 여기서 닭 먹고 놀던 고양이 주인이에요.”
“아~ 까만 애?”
4년 가까이 된 일을 기억하신다.

“잘 있나?”

“이젠 방에서 살아요!”

“잘 됐네! 이거 집에 있는 애들 주지 뭐하러...”

“동네 고양이 밥 주는 분들 나눠주라고해서 받아 온 거에요.
제것도 있어요, 걱정마세요!“

이런 것도 나눠주는 곳이 있냐고 신기해 하신다.
자주 생기지는 않는다고 말씀드렸더니
누가 공짜로 그렇게 많이 주겠냐고 하신다.

“그래도 마침 잘 됐다! 깡통없다고 황금이가
-닭집에서 밥 제일 오래 먹은 암컷고양이 이름이다-
밥 투정하더라.“

나이스 타이밍!
간만에 뿌듯한 순간이다.
슬슬 집에 갈까 하는데 할머니께서

“고양이 보고 갈래?”

“?!”

“우리 집에 지금 애기들 있는 거 아나?
안 바쁘면 얼굴 좀 보고 가라. 얘들도 까맣다.“

가게에 딸린 쪽방으로 들어가니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이 사랑스러운 꼬물이들이!
턱시도 냥냥이 세 마리가 할머니 목소리를 듣고 앵앵거린다.

“어머, 어쩜 이렇게 이뻐요!”

“그지?! 근데 이 이쁜 것들을 죽이겠다고 설쳐대서
내가 데려오느라 고생했다.
이 겨울에 그냥 둬도 살까말까한 애들을
그리 못 살게 군다.“

나는 깜짝 놀라서 누가 그랬냐고 여쭤봤다.

“있다, 이 동네에 조심해야 하는 인간 2,3명!
그렇게 새끼하고 애미만 해코지하고 다니는 인간들이 있더라!
나도 몰랐는데 밥 주러 다니는 노래방 할매가
누가 자꾸 약을 놓는다고 울면서 찾아와 같이 찾으러 다녔다 아닌가.“

“이런 미친! 어디 사는 놈이래요?”

“저 폐가 많은 골목에 사는 놈이다.
아주 돌아다니며 밥그릇마다 약을 놔서 여러 사람 고생했다 아닌가.
저 길 앞에 사는 아재는 경찰에 함 붙들려갔다.“

아재 잡히는 건 현장에서 봤고
폐가 골목은... 우리 집이다!

“어르신! 저 그 골목 살아요! 어째 마당에 밥 먹는 애들 줄었다 했더니
새끼를 덜 낳아서 그런 게 아니에요?!“

“말 마라! 그 망할 놈이 약 놓지, 애미한테 새끼 빼앗아서 버리지 난리다.
노래방이 그거 보고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들은 척도 안 하고...
어디 사는지까지 알아냈는데 무서워서 혼자 갈 수 있나?
노래방이 울면서 왔길래 내가 잠깐 기다리라 하고 닭부터 한마리 튀겼다.
그래 그놈 찾아가, 닭을 주면서 고양이 싫거든 닭집으로 전화를 해라.
내가 다~ 데려간다. 그냥 닭이 먹고 싶어도 전화해라, 서비스로 그냥 줄테니
하면서 달래고 달랬는데도 또 애미랑 새끼랑 띠어놔서 새끼들이 다 죽어가더라.
둘이었는데 어떻게 살려보려는데 너무 늦었더라. 나자마자 그리 됐는지
며칠 못 버티고 갔다. 아들 시켜 묻어주고 이젠 수시로 그 집에 간다.
반찬이며 뭐며 해다 주면서 해코지하나 안 하나 본다 아닌가.“

세상 나쁜 놈이 우리 골목에 살고 있었다.
어쩐지 골목 안에 그 많던 밥자리가 다 사라져서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이런 일이 있었구나.

그나저나 할머니도 대단하시지 공짜 닭에 반찬까지 해다주며
악당을 감시하고 계시다니!
생업만해도 힘드실텐데...

“냥냥”

아깽이 하나가 나한테 다가온다.
심각한 분위기를 바꿔주려나보다.

“에구에구, 너도 고양이라고 냐옹거리거냐?”

“봐라, 이빨도 있고 발톱도 있고 꼴은 고양이다.
내 손주처럼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탈장이라는데 큰 문제는 없고 6개월에 수술만 하면 된다더라
손준데 해줘야지.“

순간 병원비가 비쌀텐데 걱정이 됐다.
표정에 티가 났는지

“30 만원이면 된다 하더라. 그정도면 해줄만하다.
세상에 공짜없다. 얘네가 주는 위안이 얼만데 그정도 못 해주나.
키워봐 알잖나.“

“알죠! 주신 닭조각 물고 집에 와서 저랑 먹는다고 기다리는데.
엄마한테 얘가 날 더 생각해준다고 했다가
키워놨더니 헛소리한다고 혼났어요.“

“하하하. 어매한테 혼날만 했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띠롱띠롱 소리가 난다.
배달어플 알림소리다.
벌써 저녁시간이었다.

“어쿠, 주문 들어왔다.”
“그러게요, 벌써 저녁시간이네요.
지금부터 바쁘시겠어요.“
“아니다. 젊은 사람이 바쁘지.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리 꾸준히 닭이 팔리는 거 보믄
이래도 저것도 거둔다고 하늘이 돕는다 싶다.“

고개를 끄덕이며 할머니와 함께 방을 나섰다.

“고양이 보고 싶음 언제든지 와라.
이런 거 안 가져오고 닭 안 시켜도 와도 된다.“

할머니 말씀에 그냥 웃었다.

“그래도 우리 집이 닭이 괜찮아!
자신하는게 후라이드하고 소금구이가...“

“전 소금구이가 맛있었습니다!”

얼른 대답했다.

“먹어봤나?! 배달 간 기억이 없는데...
-가까우니 굳이 배달 시키지 않고 직접 온다-
여튼 내 알아서 많이 줄게, 오면!”

다음에 꼭 다시 보러 온다고 인사하고 닭집을 나왔다.

집에 도착해서 우리 선이콩콩이 밥도 줬다.
눈빛에 불만이 가득하다.
어디갔다 이제 왔냐는 표정인데 사료랑 간식을 막 주면서

“선아, 니가 신세진 집에 갔다왔다~
고만 화풀어~!“

그러고보니 애기들 이름을 안 물어봤다.
다음에 들리면 이름 불어봐야지.

그리고 치킨은 친구들 보고 사라고 해야겠다.
내 덕에 귀요미를 만날 수 있으니까.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치킨집 할머니 1편 보기



11 Comments
64 붕장군 01.23 05:41  
와 진짜 에세이?ㅋ 수필읽는 기분이네요.
귀여운 고양이와 함께하는 치킨집 할머니 얘기가 무심한듯 감동적이에요.
다들 같은 마인드라면 얼마나 좋을까오...ㅜㅡ
11 선이콩콩 01.23 06:44  
그러니까요! 장군님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M 나루코 01.23 08:53  
치킨집 할머니 정말 멋쟁이! 저 예쁜 것들을 해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뭔지???
11 선이콩콩 01.23 09:02  
어미랑 새끼 괴롭히면 동티 난다는데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서도 좀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요 ㅠㅜ
할머니 대단하십니다!
뭐가 이쁘다고 닭까지 주시는지~
M 나루코 01.23 09:17  
선하게 대하면 선해질 거라는 기대감? 사람끼리 호의적이면 냥이들한테도 호의적으로 될 가능성이 있으니...
M 블랙캣 01.23 09:18  
나루가 만난 고양이 사연 당첨
11 선이콩콩 01.23 10:19  
와~! 할머니 기뻐하시겠네요!
83 강하루맘 01.23 09:55  
세상 어쩜 이렇게 천사같으신 분이 계실까나.....나쁜 닝겐들도  치킨과  관심으로 지켜 보시는  마음씨...크흡....정말 멋진  할머니시네요....언제  그 할머니댁 치킨 함 먹고 싶네...한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보는것 같은..결과는 해피엔딩이길.....나쁜종자들이 회개하고 마음 착하게 먹고  길냥이들  함께  챙겨 주는  그런 동화같은 결말이면 얼마나 좋을까요.....삼시세끼  밥 쳐묵하면서  뭐 할짓이 없어서  저러고들  다니는지....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종자들..느그들  생이  지금 눈 떠 돌아 다니고 있는 지금이 다라고 생각하면 안된다...힘없고  약한것에게  무자비와 잔인함으로  대하다가는...반드시  벌 받을겨.....ㅡ,.ㅡ;;;;암만....
11 선이콩콩 01.23 10:21  
할머니 말씀이 얼마 전부터 이유없이 시름시름 앓는다고... 아무도 말은 안 했지만 표정은 이미 ‘벌 받았구나!’ 였어요.
지금이라도 마음을 고쳐먹기를!
83 강하루맘 01.23 10:28  
오호라....이유가 없진 않을거라요...껄껄껄...뭔가 맘을 고쳐 먹고  냥이들에게 사죄하는 맘으로 착하게  길냥이들 돌보기 전까진 절대  나아지지 말거라~~~수리수리마수리..사바사바사바라~~
8 여울맘 01.23 11:18  
세상에서 사람이,인간이 제일 사악하고 못되고 정말 무섭습니다.
어찌세상이 착한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는데 이리도 못되고 악한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산단 말입니까...
저희시골집도 앞집 아저씨가 쥐약을 놓는 바람에 죄없는 냥이들이 별나라로 갔지요 T.T
동물농장에 취재 나온다는 문자 보여줬더니 잘못했다고 다시는 안그런담서 사죄하러 왔더랍니다...
그 이후로는 별나라로 간 아이들 없이 지내긴 하나.. 겁을 먹은것인지 전처럼 많이 오진 않네요..
치킨집 할머니께서 그리 애쓰시는데 그 못된 아저씨 착하게 마음 고쳐 먹고 사죄하며
길냥이들 돌봐줄 날이 왔음 좋겠네요~ 아니, 돌봐주진 못할망정 그냥 그 아이들 모른척 지나가주기만을 바래봅니다.
치킨집 할머니 이야기 너무나 감동적이고 또 기다려집니다~
또 들려주실꺼죠~?
할머님도 아이들도 건강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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