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묘가수/ 얼룩 고양이의 풋잠, 마군후, 18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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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온입니당^^

월요일 이에요. 어제까지 심하던 황사와 미세먼지는 한풀 꺽여 가라앉았지만

월요일 이라서 즐거울 수 없는, 그런 하루 시작하고들 계신가요?

출근이고 등교고 다 때려치고 낮잠이나 좀 더 잤으면 좋겠는 분들을 위해,

오늘은 앞서 그림에 나왔던 고양이 중의 한마리의 원화를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

 

 

 

 

반묘가수 ( 班猫假睡 , 얼룩 고양이의 풋잠)

마군후 / 지본채색 / 14.5 ×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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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인 '마군후'라는 조선시대 화가의 그림입니다.

18~19세기 정조- 순조 때에 활동한 작가로, 생몰년이나 행적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남겨진 작품들을 보면 주로 풍속화, 인물화, 영모도(동물)를 잘 그렸던 분이에요.

 

옛 그림은 언제나 글과 그림이 함께하죠. 이렇게 그림에 곁들여 쓴 글을 '화제'라고 합니다.

과거엔 글과 그림은 그 발생이 같은 한 몸이므로 둘 모두를 아우러야 하며 함께 곁들여야 한다는 이론이 있었어요.

 

또한, 그림이란 모셔놓고 떠받들며 감상만 하던 대상이 아니라

제작자와 소장자, 감상자 모두가 그림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평가 할 수 있는, 하나 하나의 작품이 일종의 '문화 컨텐츠' 였어요.

그래서 그림을 그리면 화가 본인이나 다른 사람이 글을 곁들는 식으로 많이 만들어 졌고, 

그림이 명작일 수록 작자 사후에나 소장자가 바뀌더라도 거쳐간 사람들이 글을 계속 덧붙이게 됩니다.

 

그런 그림으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이죠.   

세한도는 그림은 작지만 그 옆에 작가와 감상자, 그리고 이후 소장자들이 계속 덧붙여 쓴 시와 감상 글귀 등등이 너무나 길어져

두루마리를 다 펼쳤을 때에는 총 길이가 14m라고 해요. 그래서 국내애서는 다 펼쳐서 전시를 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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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52&contents_id=10800 

(네이버 캐스트 설명 링크)​

 

 

 

 

 

 

 

마군후의 이 반묘가수 그림도 역시 화제가 곁들여 있는데요, 내용을 한번 살펴보도록 할께요. ^^

 

가죽과 털은 얼룩이고 발톱과 어금니는 굳센데,

신선한 생선 먹고 털방석에 누웠구나.

바다 손님은 한갓 어두움만 알 수 있을 뿐인데,

뱃사람은 고양이 기를기를 스스로 사랑하네.

비녀와 허리띠 만들어도 같지 않건만,

쥐 잡고 매미 재갈 물리는 것 고양이 뿐이네.

웃지 마소 늙은 살쾡이 옥같은 얼굴 자랑했지만,

끝내 솥에 들어가 쟁반에 담겼다네.

 

- (간송문화 79편, p173, 2010)

 

 

 

 

이 화제는 마군후와 같은 장흥 사람이며 그의 스승이라는 미산 마성린 이란 사람이 쓴 것이라고 해요.

​내용이 좀 난해하죠? 이 그림의 소장처인 간송미술관에서 발행한 도록에서도 화제가 '난만'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마지막 구절 '끝내 솥에 들어가 쟁반에 담겼다' 는 내용은,,, ㄷㄷㄷ;;

냥덕인 우리로서는 충격과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물론 그 시대에는 실제로 고양이고 강아지고 자주 솥에 들어가는 운명들 이었지만...ㅜㅜ​,

그렇다고 해서 이 그림 속의 고양이가 실제로 쟁반에 올랐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으셔도 되요. ^^ 걱정 뚝!

과거의 화제들은 있는 모습 그대로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그림을 빗대어 세상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했죠.

그냥 내용 그대로 라면 '고양이를 이뻐하던 화가와 고양이 주인이 고양이를 잡아먹었다'​가 되니

해석을 쓰신 간송미술관의 선생님께서 '난만'하다고 해석할 필요도 없었을 거에요.

그래서 한번 제 짧은 상상력으로 추정하여 해석해 보자면요.

얼룩 가죽과 털 = 문인이 아닌 무인의 모습, 또는 점잖지 못한 모습 (산적이나 야만인 같은 모습?) 으로

뱃사람 = 왕 의 눈에 들어서, 신선한 생선과 털방석 = 관직과 녹봉을 받고, 굳센 발톱과 어금니 = 권력과 권세를 누리는자.

곧 고양이는 ​벼슬아치를 비유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바다에 있지만, 언제든 뱃사람에게 잡힐 수도 있는 바다손님(물고기?) 들은 백성들 인거죠. 

우린 뱃사람의 고양이에겐 그저 신선한 생선일 뿐이니.. 한같 어두움만을 알 수 있을 뿐인데,

뱃사람(왕)은 고양이 기를기를 사랑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래도 쥐와 매미(도적이나 외세의 침략?)를 잡아내는건 고양이 뿐이기 때문이겠죠. 

그러니 한낱 활어인 우리 물고기찡 들은 고양이를 어쩌지 못하는 지라 

늙은 살쾡이는 그걸 알고 옥같은 얼굴을 자랑하며 털방석에 앉아 어금니 번뜩이며 우릴 비웃듯 웃고 있나 보네요. ​

그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으니 한마디 던져보는 겁니다.

' 웃지마소, 너 그러다 결국 뱃사람 손에 끌려 끝내는 솥에 들어가 쟁반에나 담길거다!' 하고 욕 한번 하는거죠.

​해석이 애매한 부분은,, '비녀와 머리띠 만들어도 같지 않건만' 하는 부분인데

비녀와 머리띠=재화 재물 이라고 보았을때, 백성의 능력과 벼슬아치의 능력을 비교하는건지,

벼슬아치가 비녀와 머리띠(재물, 뱃사람의 사랑과 견줄 무엇)을 만들어 보답해도 뱃사람이 준 사랑과는 같을 수 없건만,

그래도 쥐랑 매미 잡는건 고양이 뿐이다. 라는건지.. 모르겠네요. 

어찌되었든, 이건 학술적 바탕이 없이 그저 제 상상력으로 풀어본 해석이니 재미로 넘겨 주시구요,

이렇듯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화제이고, 작가각 직접 쓴 것이 아니니

내용을 있는 그대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단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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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를 모르고 읽었을 때는, 잠에서 깨어나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웃듯이 보는 얼굴이 마냥 귀여워만 보였는데

글을 읽고 나니 어쩐지 얄밉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ㅎㅎㅎㅎㅎ

우리는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벌써 일 하느라 피곤에 쩔어가는데

저, 편안하게 실컷 낮잠 자고 일어나 베시시 웃는 표정이란.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미 냥덕이라 그마저도 이뻐 웃음이 나네요. ㅎㅎㅎㅎ

원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웅크리고 앉은 고양이의 모습을 무척 섬세하게 표현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리하게 치켜 올라간 눈매, 작은 눈동자는 날렵해 보이고,

한올 한올 그린 수염은 자고 일어난 직후임에도 긴장을 잃지 않았네요.​

동그랗게 말아 접은 앞발은 .... 으으... 심장이........

아무래도 마군후 는 작가로서도 냥덕으로서도 덕포인트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세밀한 선으로 한올 한올 그려낸 털은 뻣뻣하지 않고 부드럽고 잔잔하게 물결쳐서 ​쓰다듬으면 녹아버릴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에 비해 제가 앞서 '캣타워'그림에서 모사한 모습은.. ㅜㅜ 털이 뻣뻣해서 거칠게 느껴지네요.

작은 노트 정도 크기의 그림을, 명함 크기보다 작게 모사하려다 보니 그리기 힘들어서 그랬다!! 라고 변명해 봅니다 허허

그리고 우리집 노랭이 털은 엄청 뻣뻣해서 막 찌른단 말이에욧 . .. ㅎㅎㅎㅎ.....

아.. ​변명을 할 수록 부끄러워 지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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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옆에서 저 표정으로 베시시 쳐다보고 있는데, 약오르니까 가서 부비부비 해줘야 겠어요.

그럼 여러분도 한주 즐겁게 시작하시구요,

고양고양한 하루 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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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ee on (이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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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 http://blog.naver.com/ee_on/ ( 미열화실 )

 


 

17 Comments
M 블랙캣 2016.04.25 11:42  
그림에 친절한 소개까지... 마치 tv진품명품을 보는듯 합니다.
이온님 그림은 명품!!
4 eeon 2016.04.25 17:46  
하핫 진품명품 이라니!! 나중에 진품명품 이라는 기획전시 같은것 하면 재밌을것 같아요^^
M 나루코 2016.04.25 12:29  
많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시는 것 같습니다.
4 eeon 2016.04.25 17:49  
배울것이 많다닛 ㅎㅎㅎ 틀린거 있을까봐 얄팍한 지식이라 후덜덜 합니다ㅎㅎㅎㅎ 감사합니당^^
3 쿠크다스 2016.04.25 13:27  
정말정말 많이 배우네요 마지막 구절은 말씀하신것처럼 제겐 ㄷㄷ 인 구절이네요....ㅎㅎㅎㅎ
제맘대로 해석해보는 재미도 있구요ㅎㅎㅎㅎ
저도 제 나름 제 멋대로 해석해보았는데
바다로 넘어오는 외적들에게서 뱃사람들을 지켜주는 멋진 무인 냥님!
바다는 때로 고요하지만 큰 위험도 있는 공간, 그래도 든든한 냥님덕에
외적들이 들끓지는 않아 뱃사람들이 신선한 생선도 고맙다고 가져다주고
평화로와 털방석에 뉘여있을 시간도 있고~
재물갖고 호사를 누릴법도 한데 쥐잡고 뭐하고 열심히 일하는 멋진 냥님
백성들이 냥님을 너무나 믿고 따르며 지지하니
호기롭던 냥님 나이가 들어 힘이 약해질 때를 노려
나쁜 벼슬아치들이 모함해 냥님을 솥으로, 쟁반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롯이 냥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억지 해석이려나요ㅎㅎㅎㅎㅎ (그래도 나름 수능 언어영역 다맞았는데....그게 벌써 꽤 된 예전일이지만...)
어쨋든 재밌는시간이었고 이렇게 냥이들이 그려진 한국화를 보니 신기하고 재밌네요~
제가 아는건 김홍도의 황묘농접..? 요게 전부였던지라
한국화에 냥님이 자주자주 등장하실줄 몰랏거든요ㅎㅎㅎㅎ
감사합니다!!!!!
4 eeon 2016.04.25 17:48  
오홋 동화같은 스토리네요. 마지막이 비극인것이 슬프지만ㅜㅜ 황묘농접도 곧 소개해 드릴거에요!! 기대하세욥 ㅎㅎㅎ
3 쿠크다스 2016.04.27 15:45  
ㅎㅎㅎ감사해용~~ 제가 보고서 예쁘다~ 하는것보다 작가님께서 소개해주시는게 이해도 더 잘되는지라 제가 알고있던 작품을 작가님께서 소개해주시는 것도 너무너무 기대되고 새롭게 느끼는 무언가가 엄청날거같아요~~
49 노랑X럭키 2016.04.25 15:51  
다소 어려울수있는 우리 전통미술분야를 고양이를 통해 이온님을 통해 한주한주 배워가는 것이 즐겁습니다. 미술 전공 했음에도 한국화는 접해볼 기회가 없던 저에게는 새로운 공부를 하는듯 신이납니다.
4 eeon 2016.04.25 17:56  
뭔가 가르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자꾸 가르치듯 쓰게되서 부끄러워요 ^^;; 한국화를 전공해도 대학에서 한국미술은 거의 잘 가르치지 않더라구요, 실기위주 수업이고 서양 동양 미술사 한학기씩에, 한국미술사 수업도 한학기 겉햝기 식이잖아요 ㅎㅎ 서양화는 티비든 전시든 학교 외에도 다양하게 즐기고 접할수 있는데 한국화는 그렇지 못한게 참 아쉬워요 .. 가르치기보다 즐겁게 읽을수 있도록 하고싶은데 용어나 개념 설명을 덧붙이다 보니 어렵네요^^ 그런데도 즐겁게 읽어주셔서 넘 기뻐요 ㅎㅎㅎ 나중에 좋은 전시 있음 소개도 할께요!!
4 움찔 2016.04.25 15:54  
세필화에 ~~진수~진수~ 호랑이랑은 확실이 다르네요 ^^
4 eeon 2016.04.25 17:58  
호랑이 털은 보들보들 하지 않겠죠?? ㅎㅅㅎ 우리집 냥님은 엄청 커서 덩치는 못지않은데 말이에요 ㅎㅎㅎㅎㅎ
10 SreneK 2016.04.25 19:24  
털이 물결친다는 표현이 정말이네요. 한국화에 이렇게 세밀한 표현이 들어가 있는 줄 몰랐어요.
1 왕비냥 2016.04.25 22:30  
한국화를 다시 보게 되네요. 멋져요.
81 다희 2016.04.26 00:58  
우와 ♡전시회 온 것 같아요!!
그림도 대단하신데 깊은 설명까지!!>3<
많이 알게 되는것 같아 좋습니다
39 소소56 2016.04.26 14:27  
강의에다가 감상까지... 멀티 아티스트십니다!!
그림도 너무 멋져요...ㅠㅅㅠ***
6 후리지아 2016.05.05 14:44  
마치 세밑화를 보듯 정성이 가득한 고급 글과 그림에 닥복 합니다요.
54 설탕장미 2017.03.15 01:50  
우와~~ 진짜 털이 물결치네요! 뭔가.. 동양화의 극치를 본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