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작도 / 고양이와 참새, 변상벽, 18세기
< 묘작도 / 고양이와 참새 >
변상벽
18세기
비단에 담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안녕하세요, 일주일이 후딱 지나가고 벌써 월요일도 끝이 나고 있습니다.
다들 별일 없으세요?
고양이들은 그냥 집에서도, 평범한 나무에서도 항상 별일이 있는것 같아요.
오늘 가져온 그림은, 나무 위에서 별일을 겪고 있는 듯 한 고양이 그림 입니다.
고양이는 본래 나무 오르는걸 좋아한다죠?
그런데 이 아이.. 일단 표정부터가 뭔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확 쪼그매진 동공에 비해 똥~~그랗고 크게 뜬 눈이 잔뜩 얼어붙어선, 아무래도 잔뜩 겁에 질려 보입니다.
등은 잔뜩 굽어 있고, 까치발 든 뒷다리는 반대로 잔뜩 움츠러 있습니다.
나무 둥치에 앞가슴을 착 붙이고 앞발로 나무를 잔뜩 감아쥐고는,
부자연스럽고 불편해 보이도록 고개를 돌려 아래를 바라보는 모습.
아마, 이 고양이는 아무래도 나무를 처음 타 보나 봅니다~ ^^
호기심에 신이 나서 어찌저찌 나무를 오르긴 했는데,
내려오는 방법을 몰라서 엉거주춤 겁에 언 모습으로 나무를 꼭 붙잡고 뒤를 힐끔거리고 있는거에요~~
겁에 질리긴 참새들도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나무 기둥에 숨은 아이, 위 아래에서 불안한 자세로 부산스럽게 흩어져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고양이가 나무를 오르면 당장에 도망가려고, 놀래서 시끄럽게 지저귀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편안해 보이는건 나무 반대편(왼쪽) 가지에 숨은듯 앉아있는 한마리.
나는 안전한 자리야~ 하고 다른 참새들을 여유롭게 보고있는 것 같지요??
그럼 나머지 이 한마리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어미고양이가 아닐까 추정됩니다.
처음 나무타기를 시도했다 겁에 질려 내려오지 못하는 자묘를
측은한듯 재밌다는듯 쳐다보며 차분히 지켜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면, 아래 고양이 보다 위의 고양이가 현저히 작은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어린 고양이가 부리해서 엄마를 따라하다가, 나무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던게 아닐까요?
저는 그래서 이 그림의 어미고양이를 무늬를 달리하여 따라 그려 보았습니다.
차분한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어 보인다는 그 눈빛.
조용하고 느긋해 보이는 고양이들 특유의 나른함과 장난끼가 같이 드러나 보이는 그림인 것 같아요.
이 고양이도 역시 별 일이 이미 일어난 뒤 인가 봅니다.
화병은 이미 쓰러진 상태이고 냥님이 흥미롭게 바라보는 윗쪽 선반에는 캔과 다른 화병이 놓여있어요.
ㅎㅎㅎ 무슨일이 곧.. 일어날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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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세요, 여러분들은? 별일 없나요?
저는 사실 별일이 조금 있어요.
안좋은 일을 떠벌리는게 좋은건 아니지만 살짝 이야기 해 보자면,,
아버지께서 암 진단을 받으셨거든요. 3~4기...
슬프고, 암담한 마음이지만, 기운 내려고 해요.
올라갔다 내려오는 걸음마 하나도 혼자 하지 못하던 자녀들을
불안해 하면서도 느긋하게 지혜롭게 지켜보고 기다려 주던 부모님들 에게는
이제 내가 지켜보고 지켜줘야 하는, 내가 이제는 보호자 이니까요.
오늘 이야기를 들어서,, 앞으론 바빠질것 같아서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글을 먼저 올려요.
어제까지는 평온해 보이던 세상이
한걸음 지나서 뒤돌아 보니 너무나 무서운 풍경이 되어있네요.
당당하고 멋있는, 잘 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하루, 이틀, 몇년을 지나왔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땅을 디디게 되는 그때까지, 부모님이 마냥 기다려줄 수 있는게 아니었어요.
어느새 아프고 작고 여려져 자식을 기다리고 삶을 건강하게 견뎌내기 힘들어 진것을 뒤늦게야 알게되니
좀 더 일찍 철이 들껄, 속상하게 하지 말껄, 여러가지 후회가 밀려와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무것도 아는게 없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많이 답답하고 힘들지만..
기운 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별 일 없으세요?
별 일이 있기 전에, 더 열심히 더 사랑하길 바래요.
너무 늦지 않게 다음 그림으로 찾아뵐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