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 위해서, 간직하기 위해서. /< 꽃과 나의 고양이 >, 부채에 수묵,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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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과 나의 고양이 >
 

30✕50cm, 부채에 진채, 수묵, 2014 
2016.이은규

개인소장


http://blog.naver.com/ee_on/220633694374

 

 

 

 

오랜만의 글을 무엇으로 써야할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예전에 그렸던 그림이 생각났어요.  

​온라인 상으로 제 그림을 접하신 분께서 주문제작을 의뢰하신 그림이었는데,

키우고 계신 고양이를 오랬동안 추억에 간직하고 싶어서 부탁하신 그림이었거든요.

그림 속의 아이는 열살도 넘은 노령묘 였어요. 하지만 여전히 아기고양이 때의 표정과 눈빛을 가지고 있다 하시며, 

이제 할머니가 된 아이의 얼굴을 더 늦기 전에 좀 더 정성스럽게 간직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

그리고 항상 소지하고 다닐 수 있게 부채에 그려진 그림으로 갖고싶다고 하셨구요.

떠날 때가 되어서야 유한할수 밖에 없다는걸 깨닫게 되죠.

그래서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음을 알지만 그래도 어떤 방식으로든 곁에 남겨두고 싶어져요.  ​

하지만 한두장의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는, 나만이 아는 표정과 느낌을 담아내고 싶은데

가슴속에 있고 눈앞에 있을때의 그 얼굴을 영원히 남겨놓을 방법이 없는것만 같아요.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초상화를 그렸어요.

 

가끔 잘 나왔지만 나 답지 않은 것도 있고, 나 답지만 잘 못나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도 있잖아요.

또 나는 안닮은것 같은데 남은 닮았다고 한다거나, 누구는 닮았다는데 누구는 안닮았다, 잘 못나왔다 하는 사진도 있구요. ​

한장의 사진을 아무리 그대로 극 사실적으로 배껴낸다고 해서, 그 대상의 진면목을 담아내지는 못해요. 

 

초상화는 ​대상의 내면과 외면을 모두 담아내야만 하는 장르에요.

누가 보아도 그 대상 같이 느껴지면서도, 내가 보아도 나 답고, 또한 내가 되어나가고자 하는 나의 모습까지 담아내고 있으면서 

나와 너와의 관계와 감정 속에 녹아나는 감정과 인상까지 담아낼 수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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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작에 앞서 대상의 사진을 여러장 받아 보았어요.

앞 뒤 양 옆, 자는 모습, 노는 모습, 행복한 모습, 졸린 모습.

그리고 의뢰인 꼐서 가장 좋아하시는 표정을 담은 사진 까지.

저는 본 작품을 그리기 전에 이러한 여러 사진을 따라그려 보고,

실제로 보고 그리는 것 만큼 대상을 느끼고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해요. ​

또 부채라는 재료적 특성상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거나 대고 그릴 수 없기 때문에 ​

스케치 없이 물감과 먹으로 바로 그려내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그렇게 그려진 연습작들을 바탕으로, 어떤 하나의 사진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스케치를 하나 만들어 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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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스케치를 부채에 하면 연필선이 비쳐 보이고, 지우개질을 했을 시 종이가 일어나 물감이 번지게 됩니다.

또 완성 후 지우개질을 하더라도 종이가 일어나 물감이 벗겨질 수 있고, 결이 울퉁불틍해 라이트 박스 등을 이용해 대고 그릴 수도 없으므로,

스케치 해둔 그림을 오직 감각에만 의존해 눈대중으로 따라 그리며 우선 꽃과 고양이의 선묘부터 해주게 됩니다.

 

사진은 중간과정이 없이 바로 얼굴 채색까지 들어가 있네요 ;; 수염을 그리기 전 까지의 모습입니다.

얼굴의 묘사는 밝은색 털 부터 한올한올 그려 넣으며 묘사하게 됩니다.

물을 최소한으로 사용하여 종이가 번지는 것을 방지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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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1차 채색을 하고 고양이의 수염을 그려넣어 주었습니다.

꽃 잎의 그라데이션을 내는 기법을 한국화 에서 '바림법' 이라고 합니다.

색이 '바래다'의 준말 로 알고 있는데, 붓 두자루를 이용하여 색을 흐트려트리는 기법입니다

이러한 기법을 이용하면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채색이 가능하게 됩니다.

 

한국의 전통 채색화 (진채화와 궁중 장식화, 민화)에서는 물감이 물에 스미지 않게 하기 위해 종이에 코팅 역할을 하는 용액을 처리하게 되는데,

기성품 부채에 용액처리를 하게되면 종이가 뻣뻣해지고 울기 때문에 접었다 폈다 하기가 불편해져 부채로서의 실용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용액처리를 하고 작품을 그린 뒤 부채에 배접을 해주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저는 부채 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어설프게 작업을 하기보다는 완성된 부채에 용액처리과정 없이 직접 작업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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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술을 그리고 작업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 단계입니다.

어딘지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눈동자의 생기 라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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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하게 좀 더 마무리 묘사를 끝내고 난 뒤의 모습입니다.

완성된 부채는 고이 접어 부채집에 넣어 발송해 드렸습니다.

 

항상 소지하실 생각으로 부채에 작업을 의뢰하셨는데.. 그림이 너무나 좋다며 접어서 들고다니지 못하겠다고 하시더라구요 ㅎㅎ

작품부채이다 보니 부채받침에 올려 가까운 곳에 장식해 두시고 늘 바라봐 주시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원래 고양이를 그리기 이전에 초상화 작업을 하는 작가 입니다 ㅎ 

대학원의 졸업논문도 초상화론에 관한 것이었고, 작년에 열린 첫 개인전도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그려 열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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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ee_on/220608707445

(작품설명)

 

 

전시를 끝내고 나서, 아버지도 언젠가 꼭 그려드려야 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었는데,...

부모님은 자식이 효도할 때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해요.

마음만 먹고 있는 사이 큰 일이 일어나버리니 그간 잘 못했던 것들만 스쳐지나 가더군요.

더 늦기전에 아버지의 초상을 꼭 그려 남겨야 겠어요...

내가 아는, 그리고 우리 가족이 아는 아버지의 모습을. 언제까지나 간직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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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ee on (이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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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Comments
49 노랑X럭키 2016.07.05 21:22  
참으로 가슴벅찬 작품이여요. 저도 반려동물초상화를 그릴때 꼭 아이들의 스토리를 같이 받아요. 왜 입양하게 되었는지 살면서 있던 에피소드나 그런것을요. 그래야 아이를 표현하는데 더 이래해야 한다고 할까???? 참 소중한 작품입니다.
4 eeon 2016.09.13 22:26  
글쵸~! 역시 스토리를 알아야... ^^ 그러다 보면 한마리 한마리가 다 인연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 같아요. ㅎㅎ
M 블랙캣 2016.07.05 22:03  
역시 믿고 보는 이온님 작품이랄까요. 아버님 초상화 어서 그려드리세요.
4 eeon 2016.09.13 22:27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언제 될지 모르므로, 아부지 한테는 비밀 ^^
M 나루코 2016.07.06 08:24  
부채 좋은데요. 멋도 있고, 실용적이고, 많은 의미까지 담아서...
4 eeon 2016.09.13 22:27  
그걸 노렸는데! 정작 쓰지 못하고 고이 모셔 두게 되었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18 눈누nunn… 2016.07.06 11:24  
우와.... 의미 뿐만아니라 그림조차 너무 멋있어요
4 eeon 2016.09.13 22:27  
감사합니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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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옥슈슈 2016.07.22 17:17  
와....진짜 예뻐요...와...
4 eeon 2016.09.13 22:28  
모델이 워낙 아름다운 냥님이셨어요 ㅎㅎㅎㅎㅎㅎ 눈빛이 반짝반짝~~
55 다희다은맘 2016.09.12 23:33  
우와~~~진짜 부채 들고다니며 자랑하고 싶은맘과 고이 모셔두고 싶은 맘 두갈래네요~~~♡♡
4 eeon 2016.09.13 22:28  
ㅎㅎㅎㅎㅎㅎ 의뢰하셨던 분도 그래서 엄청 고민하셨다지요 ㅎㅎㅎㅎㅎㅎㅎ
54 설탕장미 2017.03.15 01:46  
10살도 넘는 노령묘 였다니, 정말 동안인 냥이에요!ㅋㅋ